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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경기가 영화”...류현진→이승엽, ‘베이징 올림픽’ 야구 금메달 비하인드(‘꼬꼬무’)

이다겸
입력 : 
2025-01-10 11:24:14
‘꼬꼬무’. 사진lSBS
‘꼬꼬무’. 사진l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가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야구 역사상 첫 금메달을 획득했던 감동의 순간을 전했다. 이승엽, 류현진 등 올림픽 당시 주역인 야구 선수들이 대거 출동해 그날의 뒷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하며 그때의 긴장감과 환희를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9일 방송된 ‘꼬꼬무’에서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를 주제로 2008 베이징 올림픽 야구팀의 스토리를 생생하게 전했다. MC 장도연, 장현성, 장성규와 세븐틴 도겸, 배우 하도권, 주시은 아나운서가 리스너로 함께 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2008 베이징 올림픽 엔트리 명단 마지막에 오른 윤석민에 이어 이택근, 정근우 가 출연해 당시의 특별한 느낌을 전했다. 정근우는 선수촌 입성 때 “처음 가는 베이징인데 자주 와봤던 것 같더라. 동메달 이상의 느낌이 왔다”고 역사적인 순간의 시작점을 떠올렸다.

그러나 첫 상대팀은 야구의 종주국인 미국으로, 만만치 않은 경기가 예고됐다. 1회 초부터 미국에 선취점을 뺏긴 상황 속 2회에서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 선수가 투런 홈런으로 2대1로 역전을 했지만 9회 초 미국의 홈런으로 6대5로 한 점차로 따라 잡히고 안타에 2루타까지 내주면서 최악의 위기에 닥쳤다. 그런데 9회 말 김경문 감독은 마지막 공격이 남은 상황에서 정근우 선수 등을 대타로 세우는 전략을 펼치면서 반전을 꾀했다.

이를 스튜디오에서 지켜본 도겸은 정근우 선수에 대해 “빠른 공을 잘 친다. 오타니의 공도 친 선수다”라고 설명하면서 ‘야구 덕후’임을 입증했다. 정근우 선수의 2루타를 시작으로 7대7 동점을 만들었다. 9회 말 동점인 상황, 3루 주자 이택근 선수가 점수를 내며 세계 최강 미국을 상대로 8대 7로 꺾고, 첫 승을 거뒀다.

폭우로 인해 마무리 짓지 못한 중국전에 이어, 캐나다와 경기가 시작됐다. 류현진 선수는 불과 몇 개월 전 올림픽 최종 예선에서 선발투수로 나선 캐나다전에서 3대 4로 역전패를 당한 쓰린 경험이 있었다. 류현진은 “캐나다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예선에서 배탈이 난 후 경기에서 부진했다. 그런데 본선에서 똑같은 팀을 상대로 제가 중심에 다시 섰다”고 말했다. 류현진 선수는 당시 실점 없이 좋은 투구를 보였고, 대한민국은 1대0으로 캐나다를 앞섰다. 결국 류현진은 완봉승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당시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첫 경기 미국전에서 8대7, 캐나다 1대0, 일본 5대3, 중국 1대0으로 승리해 4전4승의 파죽지세 승리를 일궈냈다. 이어 대만, 쿠바, 네덜란드까지 모두 꺾으며 7전7승으로 4강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다음 목표는 준결승에서 은메달을 확보하는 것. 더구나 한일전이었다.

류현진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정근우는 “내 몸이 부서져도 여기에 모든 걸 넣겠다는 마음이었다”고 그때의 강한 의지를 전했다. 또 한일전에서는 부상으로 뛸 수 없는 진갑용 선수 대신 강민호 선수가 선발 포수로 나서게 됐다. 강민호는 “내가 역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정신 차리자는 마음이었다”고 긴장됐던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나 당시 한일전은 마음처럼 풀리지 않았다. 대한민국이 0대 2로 뒤처졌고, 4회 말에 1점을 만회해 2대1, 이어 7회 말, 정근우 선수의 회뜨기 슬라이딩으로 2대2 동점이 만들어졌다. 8회 말 이승엽 선수가 긴장이 역력한 모습으로 타석에 들어섰다. 이승엽 선수의 계속되는 부진으로 인해 국민과 팬들 사이에선 싸늘함이 감돌고 있었던 때다. 그럼에도 김경문 감독은 이승엽 선수의 출전을 밀어붙였다.

이승엽은 “그때는 제 야구 인생에서 그렇게 힘든 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자괴감과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이 있었다”며 “답답했고 후배들에게 민망했고, 김경문 감독님이 믿어 주신 것에 보답을 못해 너무 부끄럽고 죄송했다”고 괴로웠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러나 류현진, 정근우 등은 “그때 선수들 사이에서는 승엽이 형이 해줄 거라 믿고 있었다”고 비하인드를 전하며 ‘약속의 8회’를 언급했다. 앞서 이승엽이 시드니 올림픽 한일전 8회에서 2타점을 획득해 동메달 따내고, WBC 한일전 8회에서 2런 홈런을 치며 2대1로 역전 승리를 이끌어냈던 것.

그럼에도 이승엽은 “사실 그때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공을 겁내지 말고 붙어보자는 마음으로 나섰다”고 말했다. 이승엽 선수는 역시나 4대2 역전으로 이끈 홈런을 터트리며, 부진을 한방에 씻어버렸고 ‘약속의 8회’를 또 한 번 추가했다. 이 기세를 몰아 한일전에서 승리를 거뒀다. 장도연은 “사실 그 당시 이승엽 선수는 수술받은 손가락 통증이 심했음에도 약속의 8회를 만들었다”라고 밝혀 찡하게 했다.

이승엽은 “경기가 끝난 후 감독님에게 ‘저를 (선수 교체로) 바꿔주시길 바랐다. 그런데 왜 안 바꾸셨냐’고 물어봤더니 ‘너를 바꾸면 대한민국이 지는 거야’고 끝까지 밀어붙인 이유를 말씀해 주시더라. 죄송하고 감사했다”며 감동의 순간을 전했다.

한일전 이후, 선수들에게는 금메달이 눈앞에 다가왔다. 결승전 상대는 쿠바였다. 쿠바는 올림픽에서 야구가 정식 종목이 된 후 결승에 5번 올랐고 금메달을 3번이나 따낸 명실상부 세계 최강팀. 경기는 막상막하였다. 대한민국은 이승엽 선수의 2런 홈런으로 2대0을 기록하며 승기를 잡았으나 쿠바가 바짝 따라오며 9회 말까지 접전이 펼쳐졌다.

선수들 사이에 불안감이 감돌던 때, 금메달을 눈앞에 두고 납득하기 어려운 볼 판정이 연속으로 일어났다. 류현진 선수는 “(이해하기 어려운 판정이) 계속되니까 뭐지 싶더라. ‘이제 큰일났다’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주자 만루에 위기였다”고 심경을 전했다.

장성규는 “이날 심판 판정에 항의한 강민호 선수가 퇴장을 당하면서 다리를 절뚝거리며 진갑용 선수가 포수로 나섰고, 투수도 류현진 선수에서 정대현 선수로 교체됐다”며 대한민국의 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했다.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9회 말, 쿠바가 투 스라이크 아웃 상황에서 병살타를 치면서 드디어 대한민국이 9전 전승으로 야구 역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이룩했다. 류현진은 “영화로 만들어도 될 정도로 아무나 못 만드는 경기가 매 경기가 나왔다”고 그때의 감격을 전했다.

이승엽은 “기분이 하늘을 날아갈 듯 좋았고 ‘아 야구 하기 잘했구나’ 우리가 해냈구나”고 밝혔고, 류현진은 “제 야구인생에서 바꿀 수 없는 경험이다”, 윤석민은 “’내가 국대가 안 됐다면’, 이런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이택근은 “아들한테 얘깃거리가 되고 가족에게 추억이다”, 정근우는 “악동 같았던 정근우를 깊은 야구선수로 만들어줬다”, 강민호는 “내가 야구를 더 잘해서 더 유명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느끼게 해준 올림픽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스튜디오에는 이택근 선수의 당시 금메달이 공개되며 그날의 감동을 생생히 전파했다.

이날 2008 베이징 올림픽 야구팀이 전한 이야기에 하도권은 “야구도 그렇고 스포츠를 볼 때마다 삶을 많이 생각한다. 이승엽 선수가 부진을 겪으면서도 버티고 그 자리를 피하지 않아 역전할 수 있지 않았나 절망적인 순간도 있지만, 에너지와 희망을 느낀다”고 밝혔다.

또 장도연은 시청자들을 향해 “2025년 새해가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 기분 좋은 에너지를 가져가길 바란다”고 했고, 도겸은 “매사에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니까 계속 최선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고 출연 소감을 밝혔다.

한편 ‘꼬꼬무’는 세 명의 ‘이야기꾼’이 스스로 공부하며 느낀 바를 각자의 ‘이야기 친구’에게, 가장 일상적인 공간에서 1:1 로 전달하는 프로그램으로 매주 목요일 오후 10시 20분 방송된다.

[이다겸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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