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근·유아인…선배들 연기 넘어선다 생각 안해”
“역사왜곡 논란, 불편한 시청자 분명히 있었을 것”

“이방원이라는 인물을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을 것 같았어요. 평생 배우를 하면서 왕 역할을 한 번도 못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런 면에 있어서는 기회이지 않았을까요?”
배우 이현욱(39)이 ‘원경’에서 조선 3대 왕인 태종 이방원을 그간 매체에서 그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모습으로 만들어냈다.
tvN·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원경’(극본 이영미·연출 김상호)은 남편 태종 이방원(이현욱 분)과 함께 권력을 쟁취한 원경왕후(차주영 분)를 중심으로, 왕과 왕비, 남편과 아내, 그 사이에 감춰진 뜨거운 이야기를 그렸다. 전국 평균 6.6%(닐슨코리아 기준)의 시청률과 높은 화제성을 기록하며 지난 11일 종영했다.
이현욱은 19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제일 우선으로 신경썼던 부분은 고증이나 역사적인 인물을 다룰 때 있어서 신중함이었다. 단순하게 제가 어떤 연기를 하고 작품을 하고 그런 것보다 실존인물의 이름을 사용하기도 하니까 좀 더 조심스럽고 정확하게 하려고 했다. 원경왕후의 관점에서 표현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간극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게 지배적이었다”고 밝혔다.
첫 사극 도전에 실존인물인 태종 이방원을 연기한 것에 대해 “태종이라는 인물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왕 중 하나라 업적이나 이미지는 알 것이라 믿었고 이면을 보여주고 싶다고 처음부터 얘기했는데 선입견이 그렇게까진 셀 줄 몰랐다. 카리스마, 남자다움, 킬방원. 그런데 과연 이 사람이 냉혈한이었을까. 빈부분을 채워나가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름에 먹칠을 하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사랑을 기저에 깔고 왕으로서의 모습도 있지만 분명히 인간적으로 고뇌하는 갈등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것들이 예를 들어서 폄하됐다는 게 아쉽고 죄송스럽다. 제가 그런 이미지를 심어준것 같은 죄책감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간 유동근, 김영철, 백윤식, 유아인, 장혁, 주상욱 등 수많은 배우들이 태종 이방원 역을 연기했다. 부담감이 컸을텐데도 불구하고 태종 이방원 역을 맡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현욱은 “제 성격인 것 같다. ‘선배님들의 연기를 넘어선다, 아니면 못지 않은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처음에 부담이 안됐다고 했던게 근자감이 아니라 선배님들이 보여주신 훌륭한 연기 말고 제가 보여줄 수있는 다른 것들을 말씀드렸고 선배님들이 보여준 연기를 하려고 했다면 작품을 선택을 안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원경왕후 역을 맡은 차주영과의 호흡에 대해서는 “기록이 없으니까 차주영은 나보다 더 불안하고 압박이 심했을 것 같았다. 같이 공부도 많이 했고 소통도 많이 했다. 현장에 가면 대본이 바뀌어있고 빈틈을 끊임없이 채워야했다. 그런 대화를 많이 했고 동시에 둘이 하는 것들이 많아서 그런 것들을 많이 의지했다”고 전했다.

‘원경’은 사실을 바탕으로 한 사극이라 역사 왜곡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원경’ 측은 로그라인을 통해 “정치적 동반자로 알려져 있는 이들 부부의 서사를 원경의 관점에서 새롭게 창조하고 해석했다”고 설명했지만, 결국 역사 왜곡에 대한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이현욱은 “저희는 고증을 했지만 모든 시청자를 만족시키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고, 역사학자와 만나서 얘기했을 때도 실록도 관점에 따라서 보이는게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분명히 불편한 분이 존재할 거라고 생각해 걱정을 했다”고 털어놨다.
‘원경’은 19금 연출과 노출 강요설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노출 수위와 관련해 배우 소속사는 방송 전 해당 장면에 대해 조심스럽게 편집을 요구했으나, 필요한 장면이라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주장과 함께, 완전히 노출한 대역 배우가 촬영한 장면을 CG로 재편집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여성의 몸을 볼거리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베드신에 대해 이현욱은 “개인적으로 놀랐다. 노출을 지양하는 사람이다. 실존인물이고 고인을 모독할 수 있는 부분이라 제가 할 수 있는 말이 사실 많이 없긴 하다. 차주영 인터뷰를 봤는데 비슷하다. 배우와 제작진의 소통이 충분히 안된게 유감이다. 방송 보고 놀란 건 사실이다. 좀 많이 울었다. 괴롭기도 하고. 제 연기에 대해 의심하는 시간이 있었다. 속에서는 킬방원 칼춤을 추고 있었다. 회복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면서 “인터뷰를 통해 ‘원경’을 마무리지을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다. 아니면 그 마음이 남아 있었을 것 같다”고 고백했다.
이현욱은 2010년 영화 ‘가시심장’으로 데뷔해 2019년 OCN 원작 웹툰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에서 ‘유기혁’ 역을 맡아 얼굴을 알렸다.
어느덧 16년차 배우가 된 그는 올해도 열일을 이어간다. 이현욱은 올해 공개 예정인 티빙 ‘샤크: 더 스톰’에서 막강한 힘으로 건달 세계의 신흥 강자로 떠오른 보스이자 ‘싸움의 고수’ 현우용 역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이현욱은 “차기작을 보고 있는데 아직 결정 지은건 없다”면서 “‘원경’을 하면서 어떤 작품을 했을 때보다 진심이었다. 아쉬움도, 걱정도 많이 남는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나에게 터닝포인트 같은 느낌도 있어서 잘 보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신영은 스타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