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가 생전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고인의 자필 일기가 공개됐다.
31일 YTN은 오요안나가 지난해 7월 16일 작성한 일기를 공개했다. 해당 일기에서 오요안나는 “억까(억지로 까 내리는 것) 미쳤다. A는 말투가 너무 폭력적”이라고 썼다. 이어 “10시 45분 특보까지 마쳤다. 그 와중에 억까. 진짜 열 받음”이라고 분노를 드러냈다.
고인의 자필 일기에서 언급된 A는 직장 내 괴롭힘을 주도한 의혹을 받고 있는 기상캐스터로 알려졌다.
故 오요안나는 지난해 9월 향년 2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해당 소식은 같은 해 12월 10일 뒤늦게 알려졌고, 이후 매일신문이 “비밀번호가 풀린 오요안나 씨의 휴대전화에서 원고지 17장 분량 총 2750자의 유서가 발견됐다”며 “유서에는 특정 기상캐스터 2명에게 받은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보도해 파장이 일었다.
매체에 따르면 2021년 5월 MBC 프리랜서 기상캐스터가 된 오요안나는 이듬해 3월부터 괴롭힘을 당했다. 먼저 입사한 한 동료 기상캐스터가 오보를 내고 오요안나에게 뒤집어씌우는가 하면, 또 다른 기상캐스터는 고인이 틀린 기상 정보를 정정 요청하면 ‘후배가 감히 선배에게 지적한다’는 취지의 비난을 했다는 것이다.
이들 중 한명은 고인을 가르쳐야한다는 이유로 퇴근 시간이 지난 뒤 회사로 부르거나 1시간~1시간 30분 이상 퇴근을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오요안나가 2022년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섭외되자 “나가서 무슨 말 할 수 있냐”고 비난하는 메시지와 음성도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MBC는 故 오요안나의 직장 내 괴롭힘 의혹과 관련해 “고인이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자신의 고충을 담당부서(경영지원국 인사팀 인사 상담실, 감사국 클린센터)나 함께 일했던 관리 책임자들에 알린 적이 전혀 없었다”고 입장을 냈다.
이어 “고인이 당시 회사에 공식적으로 고충(직장 내 괴롭힘 등)을 신고했거나, 신고가 아니더라도 책임 있는 관리자들에게 피해사실을 조금이라도 알렸다면 회사는 당연히 응당한 조사를 했을 것”이라며 “유족들께서 새로 발견됐다는 유서를 기초로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다면 MBC는 최단시간 안에 진상조사에 착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유족은 MBC의 입장 발표에 “사실관계 요청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스스로 조사하고 진정 어린 사과 방송을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인의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된 2명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다겸 스타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