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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모텔 캘리포니아’ 최희진 “이세영, 베커상 받자고”

김소연
입력 : 
2025-02-16 06:00:00
최희진은 “집요하게 파고들었다”며 윤난우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최희진은 “집요하게 파고들었다”며 윤난우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저만의 난우를 잘 보여드렸는지는 모르겠어요.”

지난 15일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모텔 캘리포니아’(극본 이서윤, 연출 김형민 이재진)는 시골 모텔을 배경으로 모텔에서 태어나 모텔에서 자란 지강희(이세영 분)이 12년 전 도망친 고향에서 첫사랑 천연수(나인우 분)과 재회하며 겪는 우여곡절 첫사랑 리모델링 로맨스를 그렸다.

극 중 천연수의 수의학과 후배 윤난우(최희진 분)역을 연기한 최희진(29)을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소속사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최희진은 “작품이 끝나고 나니 이제야 실감이 난다”며 “촬영이 끝난지 얼마 안됐다. 캐릭터가 밝고 천진난만해서 헤어나오는데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전작들은 모두 촬영을 완료하고 방송된 사전제작 작품이었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방송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촬영을 하고 있었다. 설 연휴, 지난달 31일까지 촬영하고 마무리했는데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많이 배웠다. 방송을 모니터링 하면서 촬영장에 있다는게 신기했다”고 덧붙였다.

극 중 윤난우는 구김살 없이 사랑스러운 캐릭터였다. 전작 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에서 황금주(김정은 분)의 돈을 노리고 강남순(이유미 분) 흉내를 내고 접근한 사기꾼 리화자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최희진의 연기 변신이다.

최희진은 “전작에서 빌런이나 센 캐릭터를 했다. 감독님이 윤난우는 사랑스러웠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악역만 맡았던 배우에게) 이런 기회를 주기 힘드실 수 있는데 제게 이 캐릭터를 맡겨주셔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본을 1~4부까지만 보고 출연 결정을 하게 됐다. 윤난우의 천진난만함이 좋았다. 착하고 순수한 윤난우와 거리가 먼 캐릭터들만 해서 ‘나도 이런 모습을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하며 집요하게 캐릭터에 파고들려고 노력했다”면서 “제가 사랑스러움을 잘 표현했는지는 모르겠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최희진은 또 “작가님이 ‘최희진만의 난우를 보여달라. 원작을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원작에서 윤난우를 가져오지 않았다”며 “흐름을 파악하려고 작가님을 많이 괴롭혔다. 배우는 감독님의 디렉팅이나, 작가님의 생각대로 연기하는 수동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캐릭터를) 채워가는게 배우의 몫이고, 그 작업을 하는게 키포인트라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최희진이 본 윤난우와 싱크로율은 어느 정도일까. 최희진은 “20~30% 정도 된다. 난우는 감정적이기도 하고 천진난만하다. 계약 연애도 하지 않나. 난우는 (저보다) 조금 더 적극적인 것 같다. 또 사랑스럽고 엉뚱하다. 저는 내향적이고 수줍음이 많다”고 말했다.

비슷한 점으로는 해야할 말은 한다는 점을 꼽았다. 최희진은 “저도 평소에 할 말이 있으면 꼭 한다. 그러면서도 선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난우도 선을 넘지 않는다는 점이 좋더라. 처음엔 난우의 서사가 작품에 잘 드러나지 않고, 의문점이 남는 부분이 많아 걱정을 많이 했다. 천연수, 지강희 커플 사이의 방해꾼같이 느껴질 것 같았다. 그런데 뒤로 갈수록 잘 풀려서 더 재미있었다”고 덧붙였다.

윤난우는 극 초반 천연수에게 계약 연애를 제안한다. 그러나 지강희가 등장하고, 천연수의 짝사랑 상대가 지강희라는 점을 알게 되면서 계약 연애를 파기하고 사람들에 알리자고 제안하고, 천연수가 지강희에게 마음을 고백하도록 등을 밀어주기도 한다. 그렇다고 윤난우가 천연수에게 전혀 마음이 없다고 보기엔 미묘한 지점들도 많았다. 윤난우에게 천연수는 어떤 존재였을까.

“그 부분을 연기할 때 고민이 많았어요. 난우에게 천연수는 존경하는 선배와 호감, 그 사이였다고 생각해요. 제게 친절하게 대해주고 또 존경하는 사람이니 호감이 생겼겠죠. 하지만 지강희가 오면서 보내주잖아요. 감정이 시작할 즈음 놓아버린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천연수에 대한 감정이 오락가락하는 과정을 표현하는게 좋았어요. 제가 제안한 애드리브가 반영되어서 방송에 나오기도 했고요. 캐릭터를 함께 만든 것 같아서 뿌듯했습니다.”

배우 최희진은 이세영을 본받고싶은 선배상으로 꼽으며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사진| 사람엔터테인먼트
배우 최희진은 이세영을 본받고싶은 선배상으로 꼽으며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사진| 사람엔터테인먼트

사랑스러운 윤난우는 ‘힘쎈여자 강남순’ 속 리화자와 확연히 대비됐다. 최희진은 “가장 좋았던 평은 ‘리화자가 얘야?’라는 댓글이었다. 완전히 다르게 보였다는 게 짜릿하고, 내가 해냈다는 생각이 들더라. 아직 많은 작품을 한 것은 아니지만 감독님마저도 ‘이 작품에서 이 배우가 너였어?’라고 하셨을때 기분이 정말 좋더라”고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다수의 로맨틱 코미디 작품들에서 서브 여주는 메인 커플의 긴장감을 유발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윤난우는 지강희를 자신의 편, ‘언니’로 만들어버리며 일반적인 로코 속 캐릭터와 궤를 달리했다. 최희진은 “상황상 지강희-천연수 커플의 긴장감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미워보이지 않았다면 감독님의 의도와 맞아떨어진 것”이라며 “천연수와 케미보다 지강희와 케미에 더 욕심이 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세영 언니도 ‘우리가 베스트 커플상을 노려보자’고 했다. 그런 마음으로 임했다. 난우라는 캐릭터가 사실 보기 힘든 캐릭터 아닌가. 개인주의적 성향의 캐릭터가 많은 가운데 난우는 모두에게 열려 있고, 천진난만하다. 그런 모습을 시청자분들이 잘 봐주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희진은 촬영 현장에서 이세영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단다. 최희진은 “오랫동안 활동한 선배이지 않나. 노련함과 유연함이 느껴지더라”고 감탄했다. 그러면서 “한번씩 손 잡아주고, 눈빛으로 믿음을 보내줬다. 또 갑자기 와서 볼에 뽀뽀도 해주고, ‘귀여워’라고 말해주시더라. 애정을 많이 주시고, 때로는 친구처럼 이야기도 많이 해주셨다. 그런게 감사했다. 훗날 제가 선배가 되면, 후배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선배가 되고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들어준 선배”라며 이상적인 선배상으로 꼽기도 했다.

최희진은 또 가장 호흡을 많이 맞췄던 나인우에 대해 “키가 정말 크시다. 제가 160cm인데 키 차이가 많이 났다. 시선 등을 맞춰야 하는데 눈 높이를 맞추려고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 그런 사소한 배려들이 많아서 기억에 남는다”며 “‘너는 난우 그 자체였어’라고 말해주셨는데 마음에 남더라”고 고마워했다. .

작품 후반부로 가면 윤난우의 러브라인은 천연수에서 류한우(정용주 분)로 옮겨간다. 최희진에겐 윤난우의 성장으로 보였단다.

“한우와 러브라인을 보면 난우가 성장하는 캐릭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난우는 학교에서 잘릴 수 있다는 위험을 안고도 내부 고발자가 되는 주관이 뚜렷한 친구인데 ‘금사빠’일 것 같지 않아서 많이 생각했어요. 한우와 러브라인이 분량상 많이 표현되진 않지만, 전사를 많이 생각했습니다. 연수에 대한 마음이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과 존경으로 시작된거잖아요. 그런데 한우와는 소와 당나귀라는 동물을 매개체로 마음이 넘어가요. 그런 모습까지 난우답더라고요.”

극 중 출연하는 동물들은 모두 CG가 아닌 실제 동물들이었다. 최희진은 “당나귀도 실제 미니어처 당나귀고, 강아지, 고양이, 소 등 모두 실제 동물들이었다. 교육이 된 친구들이라 촬영도 원활했다. 가끔 보면 저보다 더 연기를 잘하는 것 같더라. 동물들과 교감하는 것도 좋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반려동물을 키우지는 않지만 동물을 정말 좋아한다. 감독님이 촬영전 ‘동물 좋아하느냐’고 물으셔서 크기에 상관없이 다 좋아한다고 하니 좋아하시더라. 그때는 이렇게 동물들을 많이 만날 줄 몰랐다. 친해지려고 노력 많이 했다”고 돌아봤다.

이번 작품은 최희진에게 어떻게 남을까. 최희진은 “애정이 많이 남는다. 제가 했던 작품들 모두에 애정이 있고, 마음 아파서 우선순위를 매길 수 없지만 이 작품은 제가 다른 연기를 시도할 수 있는 작품이었던 만큼 감사한 마음도 크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윤난우의 연기를 보자면, 40점 정도 되지 않나 생각한다. 어떤 분은 저를 100% 윤난우라고 생각해주셨을 수도 있고, 어떤 분은 윤난우라는 역할에 제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셨을 수 있다. 부족한 부분이 뭔지 알아가며 채워가면서 연기하고 싶다”며 “이 작품에선, 40점 정도였던 것 같다. 채울 부분이 보인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앞으로 최희진이 도전하고픈 장르는 뭘까. 최희진은 “스릴러와 서스펜스를 좋아한다. 심리를 따라가는 스토리와 반전이 있는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에 영화 ‘서브스턴스’를 봤는데 배우가 이렇게 다양한 감정을 쌓을 수 있고,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구나 싶었다. 주연인 데미 무어와 마가렛 퀄리가 너무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데 감정을 한계까지 드러내 보여주지 않나. 그런걸 표현하는게 재미있을 것 같다. 또 호흡이 긴 작품으로 서서히 서사를 쌓아갈 수 있는 작품도 해보고 싶다”고 연기 열정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최희진은 “아직 차기작은 고민 중이다. 조만간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좋겠다”며 “선역과 악역,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하고픈 역할이 많다”고 앞으로도 기대를 당부했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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