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이로운 천의 얼굴이다. 배우 염혜란이 ‘폭싹 속았수다’에서 세상 모든 애순이를 울렸다.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애순이(아이유 분)와 ‘팔불출 무쇠’ 관식이(박보검 분)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작품이다. 첫 공개 후 “눈물이 줄줄난다”는 반응을 얻으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얻고 있다.
그 호평의 중심에는 1회부터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터트린 염혜란이 있다. 염혜란은 극 중 애순이의 엄마 전광례 역을 맡아 몰입감을 높였다.
첫 남편을 떠나보낸 뒤 딸 애순을 두고 재혼한 광례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한량 같은 두 번째 남편에 생계를 책임진 광례는 물질을 하며 전복을 따고 나무를 해 지게를 지는 고된 하루하루를 보낸다. 시댁에 두고 올 수밖에 없던 딸 애순은 언제나 눈에 밟힌다. 고개를 넘어 자신을 찾아오고, 전복을 사 엄마의 하루를 사고 싶다는, 지게를 같이 지고 싶다는 딸 애순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엄마다. 그런 딸을 두고 죽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또 어떤가. 그 절절함과 애틋함, 그 시대 엄마의 삶이자 얼굴이 염혜란과 만나 빛을 발했다.

해녀의 고된 삶도, 딸에게 모든 걸 내어주는 엄마의 삶도 염혜란의 얼굴과 눈빛 덕에 생생하게 살아났다. 분량은 많지 않지만, 등장할 때마다 기어코 관객들의 눈물을 쏙 빼는 ‘오열 버튼’ 염혜란의 농익은 연기는 감탄을 부르기 충분했다. 대사 한 마디로, 깊은 눈빛으로 광례의 마음을 절절히 와닿게 만들었다.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도깨비’ ‘동백꽃 필 무렵’ ‘경이로운 소문’, 영화 ‘아이 캔 스피크’ ‘증인’ ‘국가 부도의 날’ ‘걸캅스’ 등 매 작품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염혜란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작품 속 인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다른 사람이 생각나지 않는, 광례 그 자체로 변신해 ‘믿고 보는 배우’의 존재감을 또 한번 증명했다.
‘폭싹 속았수다’의 시작에 광례가 있었고, 세상 모든 애순이를 울린 천의 얼굴 염혜란이 또 어떤 작품에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지 기대가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