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계가 어려운 시기인 만큼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율을 낼 방안을 생각해야 해요. 결국 제작비죠. 좋은 콘텐츠는 꼭 몸집에서 나오는 건 아니니까요. 그래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믿어요. 허리 영화가 강화돼야죠.”
배우 정준호(55)가 영화 ‘히트맨’ 시즌2(감독 최원석, 이하 ‘히트맨2’)로 돌아왔다. 후배들과의 브로맨스에 이어 (짝사랑) 러브라인까지 소화한 그는 “모든 면에서 전편을 뛰어 넘는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정준호는 “새해의 시작을 관객들과 함께 하게 됐다. 호불호 없이, 전편을 보지 않아도 누구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코믹 액션 가족 영화”라고 ‘히트맨2’를 소개했다.
그는 “시리즈 영화들에 임할 때 공통적인 특징은 ‘동지애’같다”며 “전작의 세계관·장점을 유지하면서도 나아간 무엇을 보여줘야 하는 어려운 미션이 있지 않나. 그걸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동지애가 크다”며 웃었다.
“해결했나”라고 묻자, “만족스러운 결과물”이라며 웃었다. 정준호는 “‘시즌1’이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모두가 어려웠던 시기에도 의미있는 성적, 평가를 받지 않았나. 어느 정도 목적 달성을 했고 이렇게 시즌2도 만들어져 개인적으론 기쁘다. 그만큼 이번에도 열심히 만들었다. 우리 감독님은 늘 천만을 바라보고, 좋은 말씀만 해주시는 ‘무한 긍정왕’이신데 그 기운이 잘 담긴 것 같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우리 아들이 영화도 좋아하고 게임도 상당히 좋아하는 마니아인데 ‘히트맨2’를 보곤 상당히 호평을 해줬어요. 원래 그렇게 칭찬에 후한 친구가 아닌데...500만은 갈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아들에게 인정 받아 기분이 좋았고, 저 또한 정말 재밌게 봤어요. 흥행에 대한 기대감이 좀 있습니다. 하하!”
다만 자신의 연기에 대해서는 “좀 더 욕심을 낼 걸 그랬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정준호는 “선배 입장에선 후배들과 함께 하면 일단 양보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임하게 된다. 그들이 한껏 뛰어 놀 수 있는 현장을 만들어주는데 주력하게 된다”면서 “막상 완성본을 보니 다 잘하는 배우들이고, 에너지가 넘쳐 오히려 나 또한 연기적으로 좀 더 갔어야 하는 생각이 들더라. 뒤쳐지지 않고 캐릭터의 매력이 훨씬 더 살 수 있도록”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히트맨2’는 메가 흥행 작가에서 뇌절 작가로 전락한 전설의 국정원 암살요원 출신 작가 준(권상우 분)의 더 험난해진 시즌2 집필기를 담는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극장가가 어려웠을 때에도 24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선방했던 ‘히트맨’의 속편. 정준호는 국정원 국장 덕규 역을, 이이경은 국정원 에이스 요원 철 역할로 열연을 펼쳤다.
1편에 이어 이이경과 시종일관 티격태격 콤비 플레이를 선보인 그는 “이이경은 워낙 순발력이 좋고 막힘이 없다. 전편부터 이상하게 이이경과 보이지 않는 경쟁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그랬다”며 “보통 선배와 연기할 때 선배가 애드리브를 치면, 괜찮다 싶으면 받아주고 끝나는데, 이이경은 받고 다시 그 배로 (리액션을) 쳐준다. 그래서 저도 또 배로 치고 그러다 보니까, 정말 끝없이 애드리브 전쟁을 했다. 참 양보가 없는 놈”이라고 전혀 웃음을 안겼다.
그러면서도 “어디서 이렇게 아이디어가 나오는지, 신기할 정도로 애드리브가 많다. 영화 찍으면서 유일하게 늘 경계해야 할 놈이었다. 평소 성격은 싹싹하고 귀엽기도 하고, 형들한테 정말 살갑게 부드럽게 잘한다”며 애정을 보였다.
정준호는 ‘가문의 영광’ ‘두사부일체’ ‘히트맨’ 등 많은 시리즈 영화를 해왔다. 그는 “‘히트맨’의 경우 방패연이라는 특수 임무를 부여받은 이들의 매력이 중심체가 돼서 끈끈하게 잘 뭉쳐져 있다. 영화에서도 그렇지만 삶 속에서도 이 영화에 대한 권상우의 의지가 강하다. 이 영화는 권상우가 없으면 계속될 수 없는 영화”라며 ‘히트맨’ 시리즈는 주인공 권상우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갈 수 있는 작품“이라고 끊임 없이 후배들을 치켜세웠다.
끝으로 “요즘 극장가가 굉장히 어렵다. 수년간 ‘위기’란 말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며 “충무로가 살려면 방법은 유일하다. 제작비를 줄여야 한다. 모든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오직 콘텐츠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우들도 투자자 입장에서 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다음은 관객이고요. 관객은 냉정해요. 어떻게 만들었는지, 무엇을 들였는지 우리의 과정을 고려해주지 않아요. 결과물로만 판단하죠. 그렇기 때문에 주어진 환경 안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최소한의 자본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동원해 ‘좋은 콘텐츠’에 집중해야 해요. 그러러면 많은 분들의 배려, 희생이 필요하겠죠. 무조건 돈을 많이 들여 판을 키우고, 화려함으로 승부하는 시대가 아니잖아요. 알맹이 자체가 실해야 해요. 모두가 알고 있지만 양보를 안하죠. 하지만 그것만이 부흥의 길이라고 생각해요.”(인터뷰②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