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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싹 속았수다’ 박해준 “관식 보며 반성...‘국민사랑꾼’ 부담”[인터뷰]

한현정
입력 : 
2025-04-01 12:03:24
“출연 자체로 영광, 한 땀 한 땀 정성드려 만든 작품”
“실제론 털털한 부부, 평범한 아빠...반성 많이 해”
“나의 청춘 보검이게 고마워...문소리·아이유 너무 귀했다”
배우 박해준. 사진 I 넷플릭스
배우 박해준. 사진 I 넷플릭스

한때 ‘불륜남 이태오’란 이름을 달고,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라고 목청껏 외치며 국내 시청자의 분노를 유발했던 그가 지금은 한 여자를, 그녀와 이룬 가족을 위해 온갖 풍파를 우직하게 버텨내는 ‘무쇠 관식’으로 전 세계를 울리고 있다. 바로 배우 박해준(48)이다.

1일 오전 장충동 앰배서더 서울 풀만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극과극 캐릭터의 너무 뜨거운 반응”이라고 인사를 건네니, “주변에서 연락이 정말 많이 온다. 그때도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시고 말 건네 주시고 했는데, 이번엔 유독 짠하게 봐주시고 조심스럽게 다가오시더라. 주변에선 하나 같이 ‘너무 울었다’고 한다. 나 또한 마음 정리가 잘 안 된다. 여전히 보내지 못하고 있다”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애순이(아이유 분)와 ‘팔불출 무쇠’ 관식이(박보검 분)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작품이다. 첫 공개 후 엔딩까지 “눈물이 줄줄난다”, “인생작”, “美쳤다” 반응을 얻으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얻고 있다. 지난달 28일, 마지막 4막이 공개하며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박해준은 “배우들이 물론 모두 잘 해줬지만, 기본적으로 대본이 너무나 훌륭했다. 모든 배우들이 출연 자체로 뿌듯하고 행복했을 정도”라며 “작품의 성공 여부를 떠나 진심으로 모두가 이 작품을 사랑했다. 제작진의 정성이 어마어마했다. 정말 한 땀 한 땀 만들어 갔다. 그 자체로 소중하고, 감사하고, 다 이뤘다”라고 깊은 애정을 보였다.

“글 자체가 굉장히 디테일해요. 배우가 연기할 때 누구라도 이입할 수 밖에 없고, 편안하게 녹아들 수밖에 없는, 귀함 그 자체였어요. 전체 구조뿐만 아니라, 대사 하나, 지문 하나 하나까지 얼마나 상세하게 적혀있고, 그 모든게 기가 막히게 어우러지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신기했어요. 게다가 감독 님은 그 모든 걸 단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하셨고요.”

‘폭싹 속았수다’ 박해준 스틸. 사진 I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박해준 스틸. 사진 I 넷플릭스

‘관식’은 겉으론 무뚝뚝하고 과묵하며 뻣뻣하지만, 사랑에 있어서는 활활 타오르는 뜨거운 심장을 가진 남자다. 이 시대 ‘아버지상’의 전형이요, 저세상 ‘순애보’까지 겸비한,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어쩌면 판타지 같은 인물이기도 하다.

“촬영 내내 진짜 반성하게 됐다”는 그는 “‘관식’을 보면서 이렇게 성실할 수 있고, 한 여자를 끔찍하게 사랑할 수 있고, 매순간을 최선을 다 할수 있는지, 계속 반성하게 되더라. ‘판타지’라고 투덜대면서도, 감히 내가 다가갈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되면서도, 주변을 둘러보면 실제로 그런 ‘아버지’들이 또 많더라. ‘관식’이 정도로 완벽하진 않더라도, 분명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분들이 계시더라. 그래서 내내 뭉클하고 묵직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실제로는 나는 어떤 남편일까, 아빠일까도 생각해봤다. 내게 있는 ‘관식’의 면도 끄집어내보려고 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 또한 가족이 최우선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인색한 면이 많다. 많은 아버지들이 그렇지 않을까 싶다”며 수줍은듯 머리를 긁적였다.

“한 번은 아내에게서 자꾸 전화가 오는 거에요. 어떤 화를 보여줬는지 모르겠지만, 애들(6학년, 2학년)이 자꾸 아빠 걱정이 된다고 잘 있는지 물어보라는 거에요. 그날 종일 그렇게 연락이 왔어요. 이런 경험은 또 처음이었죠.(웃음)”

“나의 청춘 보검이게 고마워...문소리·아이유 너무 귀했다”
배우 박해준. 사진 I 넷플릭스
배우 박해준. 사진 I 넷플릭스

‘관식’을 함께 연기한, 청년 관식으로 분한 박보검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단연 아이유·문소리에 대한 고마움도 빼놓을리 없고.

“정말 고맙고, 또 미안했다”며 운을 뗀 박해준은 “보검이가 너무 잘 해주는 바람에 ‘관식’이 그렇게 잘 완성되지 않았나 싶다. 내가 덕을 너무 많이 봤다. 보검이가 잘 만들어 놓은 ‘관식’을 자연스럽게 이어 받을 수 있도록 신경쓰며 연기했고, 많은 분들이 진심을 잘 전달 받아 봐주신 것 같아 감사할 따름”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관식의 많은 장면들은 내 연기보단 뒤에 깔리는 음악과 내레이션이 완성시켜줬다고 생각한다. 관식에 눈에 보이는 예쁘지만 슬픈 그림들까지 더해지면서 빛나지 않았나 싶다. 나는 사실 한 게 없다”고 거듭 공을 돌렸다.

딸처럼 생각하고 연기했던 아이유에 대한 애정도 서슴없이 드러냈다. 박해준은 “정말 귀하고 예쁘고 안쓰러웠다. 내내 딸처럼 생각하며 임하다 보니 그렇게 애틋하더라. ‘애순이’(문소리) ‘금명이’ 모두 내겐 진짜 귀했다. 너무 귀해서 어찌할 바 모르는 감정을 실제로 계속 느꼈다. 다른 남자 배우들과는 굉장히 편안하고 평소에도 막대하고 했었는데 두 사람만 만나면 애지중지하게 되더라. 신기했다”고 말했다.

특히 평생의 사랑으로 호흡을 맞춘 문소리에 대해 “선배님과 함께 하게 됐을 때 정말 기쁘고 감격스러웠는데 연기하면서도 좋더라. 촬영 내내 서로에게 수시로 격려도 많이 해줬던 것 같다”며 “우리 모두 정말 폭싹 속았수다”라고 웃으며 인사했다.

천만 영화 ‘서울의 봄’에 이어 후속작 ‘폭싹 속았수다’까지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박해준. 그는 “정말 감사하고 행복한 만큼 과한 설렘으로 자꾸 들뜨게 되더라. 그것이 행여 다음 작품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봐, 스스로 위험해질까봐, 조심하고 가라앉히고 있는 요즘”이라며 “빨리 정신차리겠단 생각만 열심히 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더불어 “‘국민사랑꾼’이란 별칭이 특히 부담된다. 나도 모르게 아내에게 더 잘하려고 노력하게 되는 좋은 효과가 있기도 하지만, 워낙 기본 성향이 좀 무뚝뚝하고 우리 부부 자체가 좀 쿨하고 담백하게 서로를 믿고 친구처럼 지내고 있기 때문에 그 거리감이 좀 신경쓰인다. 사랑꾼은 아니지만 털털하게 잘 살고 있다”고 재치있게 덧붙였다.

“아, 오늘 머리 핀 하나 사러 가야겠네...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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