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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류경수 “약쟁이 악동 役, ‘베테랑’ 유아인 의식 안 해”[인터뷰]

한현정
입력 : 
2025-04-18 15:19:24
“전형적 빌런 비튼 악동, 눈치 안 보려고 노력”
“다큐멘터리 도움 받아…역시 유해진, 유연성 甲 존경”
류경수. 사진 i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류경수. 사진 i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유연하게, 눈치 보면 안 되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어쩌라고’ 하는 느낌으로, 절대 ‘쫄지 말아야지’ 다짐하며 촬영했죠.”

배우 류경수(32)이 마약에 중독된 망나니 재벌 2세 돌아왔다. 청물 범죄 액션물, ‘야당’(감독 황병국)을 통해서다.

영화 개봉 이틀 째인 18일 오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스크린 속 악동 분위기완 전혀 다른 상당히 차분하고도 덤덤한 모습이었다.

“개봉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다”라고 축하 인사를 건네니, “이제 막 개봉해서 그런지 실감이 잘 안난다. 관객분들과 함께 보고 싶어 극장에 갈 스케줄을 잡고 있는 중”이라며 수줍게 말했다.

지난 16일 개봉한 영화는 대한민국 마약판을 설계하는 브로커 야당, 더 높은 곳에 오르려는 검사, 마약 범죄 소탕에 모든 것을 건 형사가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엮이며 펼쳐지는 청불 범죄 액션 영화다. 개봉 직후 박스오피스 1위를, 예매율도 1위를 유지 중이다.

류경수가 연기한 조훈은 대통령 유력 후보자의 아들로, 누구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캐릭터다. 그는 배우 엄수진(채원빈)의 제보로 마약 파티 현장에서 검거되지만, 부친의 힘을 이용해 검사 구관희(유해진)를 매수, 손쉽게 법망을 피해 간다. 이 일을 계기로 조훈은 구관희를 수족처럼 부리며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른다. ‘악한 도련님’이란 점에서 ‘베테랑’의 조태오(유아인)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류경수. 사진 i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류경수. 사진 i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정말 좋아하는 선배님들이 계셔서 뭐든 배우고 싶은 마음으로 출연하게 됐다”는 그는 “‘조훈’은 극 안에서 전형적인 빌런이 되기 쉬운 포지션이라 비틀어봐야겠다 싶었다. 대단한 선배님들 사이에서 제 역할을 잘 해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촬영 내내 ‘쫄지 말아야지’ ‘눈치보지 말아야지’ 생각했어요. 빌런이라기 보단 악당의 느낌으로 ‘어쩌라고’ 느낌으로 천진난만하게 연기하려고 했죠. 극 안에선 빌런이지만, 연기하는 입장에선 미성숙한 인간, 어린아이 같은 ‘장난’을 너무 좋아하는 인물로 생각했어요.”

그의 전략(?)은 통했다. 조훈의 마인드를 뭔가를 던지면, 베테랑 선배·제작진은 찰떡 같이 받아줬단다. 류경수는 “정말 뭘 해도 좋아해주셨다. ‘저런 짓을 다 하나’란 눈빛으로 귀여워해주시고, ‘조훈’으로 대해주셨다. 그래서 다양하게 시도할 수 있었고, 용기 내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우는 ‘유연해야 한다’고 늘 생각해왔는데 그런 부분에서 이미 만렙을 찍으신 선배님들 뿐이라 놀라웠다. 특히 유해진 선배님을 보면서는 내내 놀라웠다”고 치켜세웠다.

“자신의 캐릭터, 연기에 대한 고민은 깊으시지만 이와 별개로 분위기는 또 잘 이끌어주시는 유연함에 놀랐어요. 농담도 워낙 잘 하시고, 소통도 잘 되셨고요. 경력에서 나오는 힘도 물론 있지만, 선천적인 타고난 감이나 여러 가지 능력 면에서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그러니 그렇게 모든 연기를 탁월하게 잘 하시는 거겠죠?(웃음)”

류경수 스틸. 사진 i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류경수 스틸. 사진 i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재벌 2세를 연기하며 색다른 경험도 했다. 럭셔리한 요트 체험이다. 류경수는 “요트를 타고 호화 파티를 즐기는 신이 있었는데 신기하고 재밌었다. 처음 경험해봤다”며 “여의도 한강을 가로 질러 가는데 야경이 정말 예쁘더라. 촬영과는 별개로 생경하고 아름답더라. 솔직히 좋았다”고 에피소드도 전했다.

작품 공개 후 쏟아진 영화 ‘베테랑’ 속 조태오(유아인 분)와의 비교에 대해서는 “나 또한 ‘베테랑’을 정말 재밌게 봤는데 캐릭터 면에선 크게 의식하진 않았다”며 “여타의 비슷한 역할보단 오히려 다큐멘터리를 많이 참고했다. 감독님이 워낙 준비를 철저하게 하셔서 참고할 영상이 많았다. 그걸 바탕으로 나만의 ‘조훈’을 만들고나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차기작은 드라마다. ‘야당’에서의 강렬한 모습과는 정반대의 일상적인 소소한 면모를 보여줄 예정이다.

류경수는 “과거에는 배우라면 캐릭터가 무조건 확확 바뀌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반전 효과가 중요하다고 여겼다. 그게 미덕인줄 알았다”면서 “시간이 흘러가면서 그런 기준은 아예 없어졌다. 그저 관객 때문에 존재하는 만큼 주어지는 대로, 내가 원하는 것만큼, 관객이 원하는 것도 중요하단 걸 깨달았다. 이번엔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예정이라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하다”고 털어놓았다.

더불어 “배우로서 가장 행복한 건 나의 인생이 기록으로 남는다는 것”이라며 “나의 20대, 30대, 그 이후에도 세대 별 모습이 다 자료로 남는 거라고 생각하니 하나 하나 다 소중하다. 그래서 지금 이 나이에할 수 있는 걸 많이 해보고 싶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세월의 흐름에 맞게 연기하고 싶다. 가능한 오래”라고 덧붙였다.

“요즘 업계가 많이 어렵잖아요. 당연히 불안하고 안타깝죠. 그럴 때 일수록 제게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며 갈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오랜 만에 영화 작업을 하면서 하나 하나 진득하게 함께 만들어가는 재미를 느끼며 감사했습니다. 많은 관객분들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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