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전 전 어도어 대표가 하이브 산하 레이블 빌리프랩, 쏘스뮤직과 25억원대 손해배상소송을 시작했다.
10일 오후 4시 서울서부지법 제12민사부(김진영 부장판사)의 심리로 아일릿 소속사 빌리프랩이 민희진을 상대로 제기한 20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의 첫 재판이 열렸다. 연이어 쏘스뮤직이 민희진을 상대로 제기한 5억 100만원의 손해배상소송이 진행됐다.
먼저 재판부는 빌리프랩과 민희진의 소송과 관련 “원고(빌리프랩)는 피고(민희진)가 아일릿이 뉴진스의 아류라고 발언한 것이 허위 사실에 해당한다면서 원고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아일릿의 SNS 팔로워 수, 앨범 주문량이 감소하고 광고 계약이 무산되는 등의 상황이 있어서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라고 소장 내용을 정리했다.
이어 “피고는 원고 주장을 반박하는 취지다. 아일릿의 첫 공식석상 등장 당시 스타일링을 비롯해 한복 화보, 앨범 디자인, 안무 등을 보면 두 그룹의 유사성이 확인된다는 주장이다. 또 피고의 발언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이뤄진 것이라 위법성이 없으며 원고의 손해가 피고의 발언으로 인해 일어난 것인지 인과관계가 확인되기 어렵다는 취지”라고 했다.
먼저 변론 기회를 얻은 빌리프랩 변호인은 “피고는 데뷔한지 얼마 안 된 아일릿이라는 걸그룹에 좌표 찍기를 했다. 이제 막 데뷔한 가녀린 소녀들에게 엄청난 상처를 줬기 때문에 그 부분은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걸그룹의 안무라는 것도 결국에는 비슷한 동작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데 피고는 어떤 동작이 자신의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런 불법적인 행동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민희진 변호인은 “뉴진스가 데뷔한 후 8개월 뒤 아일릿이 데뷔했다. 그런데 아일릿이 데뷔한 직후부터 대중, 언론에 의해 표절 문제가 제기됐고, (멤버들) 부모님들로부터도 문제 제기가 있었다. 피고가 하이브에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자 위법한 감사와 언론의 포화가 있었고, 이를 설명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하게 된 것”이라며 “종합해 보면 피고가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 대표이사로서 이 문제에 대한 원인을 짚어내고, K팝 제작과 관련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공익적 목적에 해당한다”라고 주장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3월 7일로 예정됐다. 두 번째 재판에서 양측은 뉴진스와 아일릿의 안무 유사성 의혹과 관련해 PT 방식으로 입증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어 쏘스뮤직이 민희진을 상대로 제기한 5억 100만원의 손해배상소송에 대한 첫 변론기일이 진행됐다. 앞서 쏘스뮤직은 민희진이 허위사실 유포 및 업무방해 행위를 했다며 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쏘스뮤직 변호인은 “피고(민희진)는 전 국민이 시청할 수 있는 기자회견 중에 허위 사실과 모욕성 발언을 했다”며 “피고는 뉴진스 멤버들을 자신이 캐스팅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멤버 민지는 2018년부터 쏘스뮤직 연습생으로 있었다. 원고(쏘스뮤직)가 장기간 트레이닝을 했기 때문에 8개월 만에 어도어에서 데뷔할 수 있었던 것 아니겠나. 또 원고가 뉴진스 멤버들을 어도어에 이관한 것은 민희진이 브랜딩 업무를 차일피일 미뤄 데뷔가 늦어진 것이 원인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민희진 변호인은 “하이브 방시혁 의장이 2019년도에 민희진을 영입하면서 걸그룹을 만들어 달라고 했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그룹이 뉴진스”라며 “원고가 뉴진스 멤버들을 캐스팅 한 것처럼 말하고 있는데, 민희진이 자신이 기획한 콘셉트 등에 맞는 멤버들을 선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하이브가 뉴진스를 첫 걸그룹으로 데뷔시키겠다고 공언했지만, 원고 쪽에서 르세라핌을 준비하고 있었다. 내부 문서를 보면 원고 자체 역량으로 두 그룹을 함께 론칭할 수 없다고 돼 있다. 르세라핌의 데뷔로 뉴진스의 데뷔 여부가 불투명 해져 어도어로 이관한 것이다. 피고는 기자회견에서 멀티 레이블 시스템의 부당함과 K팝 생태계를 위해 이런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허위가 아닐뿐더러 공익적 목적의 발언이다”라고 강조했다.
양측은 앞선 빌리프랩, 민희진 사건과 같이 PT 형식으로 변론을 진행하기로 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3월 14일 열린다.
민희진은 지난해 4월 기자회견에서 아일릿이 어도어 소속 걸그룹 뉴진스의 콘셉트를 모방했다고 주장했다. 또 쏘스뮤직이 뉴진스 멤버들을 방치했다고 발언하는가 하면, 하이브가 ‘뉴진스를 하이브 첫 걸그룹으로 데뷔시키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르세라핌을 먼저 데뷔시킨 것을 문제 삼기도 했다.
이에 빌리프랩은 같은 해 5월 민희진을 상대로 명예훼손 및 업무 방해 혐의로 입은 피해에 대한 손해를 배상하라는 취지의 20억대 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7월에는 쏘스뮤직이 5억원대 손해배상소송에 나섰다.
그러자 민희진은 빌리프랩 김태호 대표 등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하고, 빌리프랩에 5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며 맞불을 놨다.
민희진은 지난해 4월부터 하이브와 갈등을 빚고 있다. 하이브는 당시 어도어 대표였던 민희진을 필두로 한 경영진이 ‘경영권 탈취’를 시도하고 있다며 감사에 착수했다. 이에 민희진은 자신이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 문제를 제기하자 보복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이브 측 인사로 이뤄진 어도어 이사회는 같은 해 8월 민희진을 대표직에서 해임했고, 뉴진스 멤버들의 공개 지지에도 민희진의 복귀는 좌절됐다. 결국 민희진은 11월 어도어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나며 하이브와 완전한 결별을 선언했다.
[이다겸 스타투데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