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지드래곤이 8년 만의 단독 콘서트에서 연이은 악재를 맞았다. 기상 악화로 인한 공연 지연에 컨디션 난조, 강풍으로 인한 음향 퀄리티 저하 등이 더해져 즐거움 보다 아쉬움이 가득했다.
지드래곤은 29, 30일 양일간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에 위치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지드래곤 2025 월드투어 [위버맨쉬] 인 코리아’(G-DRAGON 2025 WORLD TOUR [Übermensch] IN KOREA)’를 열고 6만 명 관객들과 만났다.
지난 29일 열린 ‘위버맨쉬’ 공연은 당초 오후 6시 30분 시작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오후 1시경, 공연 주관사 쿠팡플레이 측이 기상 악화로 공연 시작 시간을 30분 늦춘다고 공지했다. VIP석 사운드 체크 이벤트 입장을 불과 1시간 앞둔 때였다.
공연 시작을 예고한 오후 7시에도 막은 오르지 않았다. 지연과 관련해 별다른 설명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 속, 3만 명 관객들은 체감 온도 0도의 강추위에서 지드래곤이 등장하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렸다. 이 과정에서 일부 관객들은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공연은 이로부터 43분이 흐르고 나서야 시작됐다. 장미꽃 모양의 장식이 돋보이는 레드 재킷에 왕관을 쓰고 무대에 등장한 지드래곤은 ‘파워(POWER)’로 월드투어의 포문을 열었다. 이어진 ‘홈 스윗 홈(HOME SWEET HOME)’에서는 전광판에 이 곡 피처링에 참여한 태양, 대성이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이 펼쳐져 마치 세 사람이 함께 공연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줬다.
오프닝을 공연을 마친 지드래곤은 “오랜만에 콘서트다. 지드래곤이 돌아왔다. 8년 만에 컴백도 하고 콘서트도 했다”며 “오늘 노실 준비 됐나. 제가 약간 부끄러움이 많아서 힘을 안주시면 삐쳐서 들어갈 거다. 서로 노력하자”라고 당부했다.
‘원 오브 어 카인드(ONE OF A KIND)’로 분위기를 달군 지드래곤은 ‘R.O.D’와 ‘더 리더즈(The Leaders)’ 무대에서는 과거 YG엔터테인먼트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그룹 2NE1 씨엘과 합동 공연을 꾸몄다.
지드래곤은 자신의 본명인 ‘권지용’을 연호하는 관객들에 “오늘 날씨가 추운데 늦게 시작하게 돼서 죄송하다”라고 사과한 뒤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처음 공연을 하는데 이렇게 예쁜 곳인지 잘 몰랐다. (응원봉을 보고 있으니) 꽃밭 같다”라고 미소 지었다.
8년 만의 콘서트인 만큼, 그간의 시간을 돌아보기도 했다. 지드래곤은 “많은 일들이 있었다. 안타까운 일도 있고, 시끄러운 상황에 마음이 편치 않았을 텐데 가수로서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돼서 영광이다”라며 눈물을 닦는 포즈를 취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쉬는 시간 없이 앨범을 내고 투어를 했다. 매년 컴백을 했는데, 컴백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을 이제야 느끼는 것 같다.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어서 정말 많이 고민하느라 돌아오는 데까지 조금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서 코가 찡긋하다. 아무튼 좋다”라고 오랜만에 팬들을 만난 기쁨을 드러냈다.

이날 지드래곤은 ‘크레용’, ‘보나마나’, ‘그 XX’, ‘버터플라이(Butterfly)’, ‘너무 좋아’, ‘니가 뭔데’, ‘투데이(Today)’, ‘삐딱하게’, ‘하트브레이커(Heartbreaker)’, ‘개소리’, ‘테이크 미(TAKE ME)’, ‘투 배드(TOO BAD)’ 등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보여주는 무대를 꾸몄다.
특히 지드래곤은 ‘삐딱하게’를 부르며 팬들과 더 가까이서 교감하기 위해 플로어로 내려갔다. 하지만 지드래곤이 가까이 다가오자, 좌석에 앉아 있던 팬들이 일제히 그를 향해 뛰어가는 상황이 펼쳐지면서 안전이 우려됐다. 지드래곤은 한 팬이 건넨 안경을 쓰는 등 팬서비스를 이어갔지만 순간적으로 많은 관객들이 몰려 보는 이들을 아찔하게 했다.
이번 공연은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철학적 개념을 예술적으로 표현해 위버맨쉬가 초인으로 거듭나는 순간을 스토리텔링으로 표현했다. 투어의 상징인 위버맨쉬의 Ü 로고가 무대 곳곳에 녹아들었고, 초대형 ABR(에어 벌룬 로봇)도 설치됐다.
지드래곤은 “‘위버맨쉬’ 설명을 보면 니체가 나오고 사상, 철학 등 어려운 단어가 많지 않나. 사실 있어 보이려고 그런 거다. 별 거 아니다. 그냥 열심히 계속 하자는 뜻”이라고 너스레를 떨며 “이번 콘서트에서 ‘하트브레이커’ 때 제 모습과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촬영한 제 모습을 마주보게 만든 구조물을 사용했다. ‘위버맨쉬’의 Ü 를 형상화했다”라고 설명했다.
다시 마이크를 잡은 지드래곤은 ‘드라마(DRAMA)’, ‘소년이여’, ‘디스 러브(THIS LOVE)’, ‘1년 정거장’, ‘아이비롱투유(IBELONGIIU)’, ‘무제’까지 이날 약 23곡의 세트 리스트를 소화했다.
끝으로 지드래곤은 “오늘 와주셔서 감사하다. 오랜만이라 한 분, 한 분 눈에 담고 싶었는데, 제 모습도 많이 기억해 달라. 제 형제들이 있지 않나. 내년에 저희가 스무 살이라 섹시한 성인식을 구상 중이다. 오늘로 ‘위버맨쉬’ 투어가 첫 걸음을 뗐다. 한 바퀴 돌고, 올해 안에 한 번 더 한국 팬들을 위해 공연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라고 말해 환호를 받았다.

‘위버맨쉬’는 지드래곤이 지난 2017년 진행한 월드투어 ‘액트 3 : 모태(M.O.T.T.E)’ 이후 무려 8년 만에 개최하는 콘서트였다. 이에 지드래곤은 화염, 폭죽, 꽃가루, 조명, 드론, 대형 구조물 등 화려한 무대 효과를 총동원해 만반의 준비를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상 악화로 인한 공연 지연을 시작으로 곳곳에 아쉬움이 남았다. 먼저 지드래곤은 추운 날씨 탓인지 목소리가 갈라지는 등 컨디션 난조를 보였다. 여기에 관객들의 안전이 우려됐고, 강풍으로 목소리가 관객석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등 음향까지 말썽을 부렸다.
8년 만의 단독 공연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에 스스로 허탈감이 컸을 지드래곤. ‘실력’으로는 어디서도 빠지지 않는 그가 다음 공연에서는 ‘지드래곤’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모습으로 관객들과 마주하길 기대해 본다.
한편 지드래곤은 오는 5월 10~11일 일본 도쿄를 시작으로 필리핀 블라칸, 일본 오사카, 중국 마카오, 대만, 말레이시아 쿨알라룸푸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홍콩 등 아시아 7개국 8개 도시에서 ‘위버맨쉬’ 투어를 이어간다.
[이다겸 스타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