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만 1시간 30분
김태연 팬들도 참관...현장 분위기 풍성

쇼케이스를 경연장으로 만든 인물, 방송인 김성주(52)다.
김성주는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일지아트홀에서 진행된 트로트 가수 김태연의 첫 번째 정규앨범 ‘설레임’ 발매 쇼케이스에 진행 MC로서 얼굴을 비쳤다. TV 방송 진행만 맡아온 그가 가수 쇼케이스 현장에 온 건 드문 일을 넘어 지금껏 단 한 차례도 없었다. 2007년 프리랜서 선언을 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김태연을 취재하러 온 기자지만, 김성주의 존재감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의 쇼케이스 MC 등장 소식에 행사장 한 가운데에 자리를 잡았다. 또렷한 그의 발성과 발음은 지금껏 여느 MC들과는 수준이 다른 모습이었다.
말 잘하기로 소문난, 국내 최고 MC지만 김성주를 이처럼 가까이서 보는 건 기자 역시 처음이었다. 과거 그가 출연했던 JTBC 예능 프로그램 ‘뭉쳐야 찬다’ 현장 취재를 위해 용산 효창운동장에서 본 이후 두 번째였다. 당시에도 그 넓은 운동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기자의 귀에 김성주 목소리만 명확하게 꽂혔던 기억이 있다.
아무리 베테랑 MC라 해도 부담이었을까. 혹은 겸손함이었을까. 자신을 “오디션 전문 MC”라고 소개하며 조심스레 말문을 연 김성주는 언제 그랬냐는듯 ‘명불허전’ 진행력을 선보이며 단 번에 이목을 집중시켰다.
김성주는 “김태연 양이 직접 부탁을 했다. 한 번도 쇼케이스 진행을 해본 적이 없다. 웬만한 친구라면 거절했을텐데”라며 “쇼케이스는 처음이다. 막내딸 요청같은 느낌으로 하게 됐다. 김태연 양도, 나도 잘 봐달라. 실수 할 수 있다. 함께 격려해주면서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대본인듯 매끄럽게 전달됐다.
특히 이날 쇼케이스에는 김태연의 팬들도 다수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확인 결과 쇼케이스 주최 측은 사전에 팬클럽 일부 인원들을 초대해 행사를 풍성하게 만들기로 했다. 언론 쇼케이스에서는 좀처럼 박수와 함성은 잘 터져나오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김태연의 라이브 무대와 멘트들이 끝날 때마다 팬들의 흐뭇한 반응들이 새어나와 기자로 하여금 새로운 모습을 접하게 했다.
이같은 팬들과 가수의 호흡에 김성주도 조금은 편안해진걸까. 이미 청산유수였던 그의 멘트는 더욱 활발해졌고 심지어 과거 경연 기억을 떠올리며 김태연에게 핵심 질문을 던졌다. “오디션 프로 MC할 때 보면 누구는 국악 판소리 출신이라 점수를 더 주고, 누구는 판소리를 해서 안좋게 보던데 김태연 양은 국악했던 게 트로트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지?”. 기자도 궁금했던 부분에 무릎을 쳤다.
더 놀라웠던 건 김태연의 답이었다. 김태연은 “개인적인 생각엔 국악만으로 하면 트로트 경연에서 떨어질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라며 “국악풍을 빼면서 트로트 느낌을 잘 살려야 한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자연스러운 질문에 솔직하고 눈치 보지 않는 대답까지. 참 완성도 있고 질 높은 쇼케이스였다. 취재진과도 다채로운 질문들이 오갔고, 쇼케이스 진행 시간만 무려 1시간 30분 가까이 진행됐다. 지루하지 않았다. 김성주가 대단하다고만 느껴지는 순간이 물밀 듯 밀려왔다.
김성주는 김태연이 다음 무대 준비를 위해 자리를 비울 때면 특유의 언변으로 무려 5분 이상을 애드리브로 떼웠다. 어색하지 않고, 헤매지 않는 그의 모습에서 감탄이 절로 나왔다.
마지막 김성주의 퇴장 멘트에 기자, 팬들의 박수 갈채까지, 현장은 쇼케이스가 아닌 경연 프로그램 ‘미스트롯’ 녹화장에 가까웠다.